#44

The Flooded World

이상희 개인전

2022.11.04 ~ 2022.11.13

작가 | 이상희

디자인 협업 | 인현진

설치 | 홍민희

장비 | 만리아트메이커스

도움 | 신원정, 이두호, 최상민

주최‧주관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시 《잠긴 세계 The Flooded World》는 고래-이미지를 중심으로 진행된 리서치 기반의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2020년부터 진행된 리서치는 ‘그 자신의 힘으로 움 직이는 고래 개체’와 ‘이미지의 형태로 이동하는 고래-이미지’에 대해 접근해 보며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어렴풋이 나타나는” 고래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망을 따라가 본다.

이번 전시는 16-17세기 네덜란드 판화 속에서 해안가에 좌초된 고래가 격세지변의 증조로 읽혔던 사실에서부터 시작해 19-20세기에 고래가 문학, 자본, 자연사와 맺고 있던 역사적 고리들, 그리고 냉전시기에 고래 울음소리를 둘러싼 과학과 기술의 껍질들을 주된 참조점으로 삼는다. 발췌와 인용의 과정을 거쳐 참조점을 재편성하면서 엮은 영상과 사운드, 설치 작업은 바닷속 미지의 생물로 여겨지며 괴물이 되거나, 유용한 자원으로서 여겨져 왔던 고래 개체가 우리로 하여금 불러일으키는 경이 속에 남아 있는 수사를 들추어 봄으로써 인간과 고래, 그리고 세계를 재귀적으로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이를 통해 ‘세계에 대한 설득력 있는 허구’, ‘세계에 대한 (과학적) 재현’, 그리고 ‘세계에 대한 지식 속 수사’ 사이로 탐사를 나선다.

전시 제목 ‘잠긴 세계’는 『모비딕』의 저자 허먼 멜빌이 고래를 보며 떠올린 ‘물에 잠긴 세계’에서 착안되었다. 멜빌은 포획되는 고래떼를 보며 다음과 같이 썼다. “노아의 홍수 때도 [고래는] 노아의 방주를 비웃었다. 지구가 네덜란드처럼 다시 물에 잠겨 그 위에 사는 쥐떼를 모두 죽인다 해도, 불멸의 고래는 살아남아 적도의 높은 물마루 위에 우뚝 서서 하늘을 향해 도전하듯 물보라를 뿜어댈 것이다.” 대홍수와 같이 넘침(Flooded)과 동시에 잠기는 세계는, 그곳에서 무엇이 넘친 것인지 혹은 세계가 무엇에 잠긴 것인지 구분이 흐려지는 수면을 가지며 ‘가라앉거나’, ‘둥둥 떠 있거나’, ‘휩쓸리거나’, ‘헤엄치는’ 개체들의 움직임을 구축한다. 그런 이상한 위 상으로 뒤덮인 세계와 고래를 바라보며 물살에 삼켜지고 토해지듯이 몸을 내맡긴 채 함께 움직여 본다.

이상희
이상희는 이미지가 인간의 인식론적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이미지와 이야기가 구성하는 현실의 다층적 시공간을 탐구한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창작과 글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 디어 체셔 캣(Dear. Cheshire Cat)』 (2021, 낫프레스(KNOT PRESS) 발간)을 기획·편집하고 「셀프 스터디 레포트(Self-study Report): 예술가의 리서치에 대해」(2021)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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