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남짓 미술관 내 서점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비밀인데요. 전시의 흥행은 포스터를 찾는 관람객 수요와 비례하는 거 아세요? 여러분의 뇌리에 새겨진 전시라면 포스터나 엽서 하나 정도는 사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유명 작가의 전시를 기념해서 한정판으로 제작한 포스터는 모던한 디자인과 수준 높은 프린트 수준을 자랑하죠.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희소해진 빈티지 포스터는 고액의 리세일가로 판매되기도 해요. 보존 상태가 좋은 포스터에 작가의 친필 사인이라도 있다면? WOW! 그건 거의 미술품에 가깝다고 봐요. 안목 있는 컬렉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득템 찬스가 되기도 하니까요. 

지금 더레퍼런스에서는 <RE-POST> 팝업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제프 쿤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윌리엄 이글스턴 같은 거장의 빈티지 전시 포스터를 직접 만나볼 수 있죠. 그럼 예습 차원에서 여러분들의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제프 쿤스의 빈티지 포스터에 대해 좀 더 알아볼게요. 


from 디렉터 김정은  


제프 쿤스는 왜 나이키 포스터를 선택했나

현대미술의 문제아로 알려진 제프 쿤스. 1985년 그의 개인전 ⟪이퀄리브리엄Equilibrium 갤러리에서 첫 선을 보이죠. 쿤스의 시그니처 작품인 스테인리스 풍선 개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인데요. 이 전시를 계기로 제프 쿤스는네오 팝 아트(Neo Pop Art)의 비전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네오 팝아트는 싸구려 이미지의 대중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키치 예술인데, 198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했죠. 


예술인가? 상술인가?

그의 초기작 ‘이퀄리브리엄’ 시리즈는 80년대 미국의 인기 스포츠인 농구공을 수족관에 넣어 공중 부양시킨 ‘평형 탱크 Euilibrum Tank’가 대표적이에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제프 쿤스는 ‘나이키의 실제 광고 포스터’를 함께 전시하죠. 붕 떠있는 농구공과 나이키 포스터 사이에는 메이저리그 농구 스타들의 기념 사진이 대비되면서 묘한 긴장감을 연출해요. 그에게 전설적인 유명 스타의 광고 포스터는 신분 상승에 성공한 흑인 미국인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죠. 나이키야말로 미국의 대표 스포츠이자 광적인 젊은이들의 스타 욕망을 부추기는 브랜드니까요. 2003년 아트포럼 인터뷰에서 쿤스는 이 시리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해요.


"나는 포스터에 있는 선수들을 그 당시의 예술가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았죠. 미국에서 특정 인종이 사회적 계층 이동을 위해 농구를 이용하는 것처럼 백인 중산층 예술가들도 사회적 이동을 위해 예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포스터와 농구공을 작품 소재로 끌어낸 쿤스는 현대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내재한 인종, 계급,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것에 성공했죠. 예술가의 욕망과 속내를 거침없이 내뱉으면서요. 한때는 쿤스도 백인 중산층이었으니까요. 흥미롭게도 ⟪Equilibrium⟫전시에 등장한 나미키 포스터 에디션이 지난 소더비 옥션에서 2-30만 불 이상 호가했다는 거에요. 덩달아 빈티지 포스터의 가격도 함께 치솟게 되었죠. 제프 쿤스가 오늘날 주요 브랜드와 쉽게 협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사회적 논쟁의 수단으로서 레디 메이드인 포스터를 선택한 것은 매우 영리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분출된 자본주의 예술은 스스로 진화하죠. 미술 상품에 대한 가격의 급등은 예술 가치와 상관없이 반응하기도 하면서도. '예술이 된 빈티지 포스터'를 보면 마치 단짠 음식의 불량 식품을 맛보는 기분도 들어요.  

'예술인가 상술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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