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사진의 재발견
2024.11.22
단순히 사진을 ‘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지적 탐구와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질 때, 사람들은 사진이라는 매체에 더욱 매료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페어 디렉터 김정은
프리즈 아트페어로 뜨거워진 아시아 아트페어 열기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열도까지 퍼지고 있다면? 30년 만에 열린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를 비롯해, 아트콜라보레이션 교토(ACK)가 예술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섰다면, 개인의 취향과 사진이라는 매체에 집중한 아트페어 ‘T3 PHOTO ASIA’(이하 T3 포토 아시아)’가 올해 도쿄에서 10월 첫 선을 보였는데요.
아시아 예술 사진 중심의 허브를 목표로 한 이 페어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T3 PHOTO FESTIVAL TOKYO(이하 T3 포토 페스티벌 도쿄)의 확장된 행사로 개최되었죠. 더 놀라운 뉴스는, 바로 일본 사진 페어에 더레퍼런스의 김정은 디렉터가 선임되어 첫 번째 포문을 열었다는 사실이에요. 앞으로 3년 간 아트페어 전반의 전시 큐레이션을 총괄을 맡아, “갤러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페어의 명성과 영향력을 강화할 예정”이라는 포부를 밝혔죠.
이번 뉴스레터는 일본 예술 시장에서 사진의 위상을 새롭게 점화시킨 T3 포토 아시아의 이야기로 꾸며봤어요. 페어 디렉터의 인터뷰, 함께 살펴볼까요?
Discover New Asia! 아시아 사진의 재발견
T3 포토 아시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진 아트페어로서 가진 기회는 무엇인지?
정은 | T3 포토 아시아는 아시아 사진 예술의 문화적, 창의적 격차를 메우고자 하는 바람에서 출발했어요. 전 세계적으로는 파리포토(Paris Photo)나 포토런던(Photo London), 네덜란드의 언씬(Unseen)과 같은 3대 국제 사진 페어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아시아의 다양성과 재능을 중심으로 한 전문 사진 플랫폼은 부족하다고 느꼈죠. 페어 디렉터로서 저는 도쿄라는 매력적인 도시의 풍부한 인프라를 활용해 ‘아시아 사진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4월 첫 위원회 회의에서 T3 포토 아시아의 비전을 새로운 제시하며, T3라는 이름의 의미를 ‘Technology, Talent, Tolerance(기술, 재능, 관용)’이라는 사진철학을 기반을 두었죠. 이를 바탕으로 ‘페스티벌,’ ‘포토페어,’ ‘뉴 탤런트’ 섹션을 구체화하고, 브랜딩도 새롭게 구축하는 데 집중했어요.
이번 페어는 한국, 일본 갤러리 총 14곳이 참여하였고, 특별전으로 《마스터스》, 《마스터스+》, 《디스커버 뉴 아시아》가 열렸는데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정은 | 올해 T3 포토 아시아는 Edition Zero로 첫발을 내디뎠어요.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약 5,200명의 관람객이 페어를 다녀갔습니다. 참여한 화랑 수는 14곳에 불과했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실력파 갤러리들로 구성되었죠. 일본에서는 Tomio Koyama Gallery, Taka Ishii Gallery, Misa Shin Gallery, PGI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예화랑, 윌링앤딜링, 상업화랑, 프라이머리 프렉티스 등이 함께했습니다. 사진전문 갤러리를 포함해 미술화랑들이 사진을 적극적으로 들고 나온 거죠.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수준 높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정이었어요.
무엇보다 첫 해의 성과는 한일 근현대 사진의 흐름을 재조명하고, 초국적인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한국과 일본 사진가들의 빈티지 프린트를 선보인 특별전 《마스터스》는 1920-50년대 한일 사진가들을 재조명한 기획으로, 한국 1세대 사진가 임응식의 재발견으로 큰 주목을 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일본 마루카와 콜렉션(Marukawya Collection)에서 그의 대표작 〈구직〉과 1946년 공모전 당선작인 〈병아리〉, 빈티지 프린트 2점(2,600만원)이 소장되었고, T3 행사에 참여한 SF MoMA 사진 큐레이터들이 근현대 한미일 간의 사진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이갑철 작가의 개인전으로 열린 《마스터스+》는 도쿄에 위치한 스님이자 사진철학가인 아키요시 다나쿠치의 사찰의 ‘쿠렌보’ 갤러리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사전 예약제로 15분마다 1명만 입장하는 방식으로, 관람객들로부터 매우 매력적인 공간 경험이었다는 반응을 얻었어요. 덕분에 일본에서 임응식, 이갑철 작가의 사진집 주문도 들어오고 있어요.
신진 작가 특별전 《디스커버 뉴 아시아》는 신선하고 젊은 에너지로 가득 찬 전시였어요. 오연진, 히엔 호앙(Hiền Hoàng), 존 유이(John Yuyi), 스즈키 노조미(Nozomi Suzuki) 등 네 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해 인터넷 시대 이후의 정체성, 문화, 기억, 신체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낸 각자의 독창적인 시선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죠. 연계 프로그램으로 열린 토크 세션 ‘Discover New Asia: Exploring Artistic Self-Discovery with Four Women’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동시대 예술 사진이 얼마나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자리였고,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사진의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되었죠. 서로 간에 자극 받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름다웠어요. 갤러리 부스에 함께 선보인 특별전시 구성으로 큐레이터와 딜러들에게 작가들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큰 성과였습니다. 그 결과, 참여 작가들의 일부 작품이 판매되었고 신진 작가들에게 더욱 넓은 무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올해 처음 개최된 ‘T3 포토 아시아’ 페어는 도쿄의 ‘T3 포토 페스티벌 도쿄’와 연계된 행사로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많았는데, 추가적으로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은 | 올해 6회째를 맞이한 T3 포토 페스티벌 도쿄는 ‘새로운 일본 사진: 50년 후’를 주제로 도쿄 야에스, 니혼바시, 교바시 일대에서 열렸어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MoMA에서 열린 일본사진전을 기념하고 이후 동시대 일본사진의 흐름을 짚어보는 전시로 기획되었죠. 아시아 사진의 원류가 ‘일본’이라는 느낌을 떨 칠 수 없을 정도로, 초청받은 해외 전문가분들이 일본 사진에 열광했죠. 홍보마케팅도 무척 세련되고 조직적으로 운영되는데 무척 부럽더군요. 결과적으로 애리조나 대학의 김지혜 교수의 ‘Framing the Divide: East Asia's Photographic Cold War’ 세션이 무척 주요한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가 간의 사진 연대 구축 사례를 바탕으로 당시 예술 사진가들의 실천을 주목하는 내용이었죠. 윌링앤딜일의 김인숙 디렉터와 장성은 작가의 토크 세션 ‘Seoul Focus’는 한국 아트페어 시장의 변화와 미술화랑에서 선보이는 사진작가와 협력 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SF MoMA 큐레이터인 에린 오툴(Erin O’Toole)의 ‘On Collecting’에서 미술관의 작품 콜렉션 방식과 일본사진의 소장 목록과 향후 전시 계획 등을 폭넓게 들으며 미술관과 개인 콜렉터 간의 소장 목적이 다른 결과 목표를 갖는다는 점을 새삼 느꼈던 자리였어요.
2024년부터 향후 3년 간 T3 포토 아시아의 아트 디렉팅과 전시 큐레이션을 총괄하면서, 앞으로 T3 포토 아시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가요?
정은 | 무엇보다 아시아 작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진 플랫폼이 되길 바래요. 독창적인 예술적 관점과 문화, 역사적인 측면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진을 널리 알리고, 글로벌 아트 씬에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아시아 사진 예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싶어요. 물론 아시아의 사진만 다룰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T3 페스티벌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해외 작가, 갤러리, 큐레이터, 컬렉터들이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고, 동시에 T3 사진페어는 아시아의 중심 허브로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사진 예술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과 아트 투어를 통해 관객층을 확대해 나아 가야겠죠. T3 포토 아시아는 아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협력을 촉진하고, 사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 목표는 T3의 방향성이자 저의 개인적인 목표기도 합니다.
Discover New Asia!
저도 이번 기회로 다양한 일본 사진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죠. 앞으로 축제와 페어라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사진 문화에 즐길 거리, 볼거리를 늘려가고 싶어요. 단순히 사진을 ‘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지적 탐구와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질 때, 사람들은 사진이라는 매체에 더욱 매료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