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플루타의 첫 사진집 『Figgures of slippage and oscillation』은 세계 지도의 정적인 도그마를 지탱하는 동시에 부식시키는 흔들림과 가변성, 권력의 구조에 집중한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아는 대로의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경계와 구획이 지워지며, 그 안에 우리가 정박시킨 장소의 의미는 흩어진다. 또한 책에 시인과 큐레이터의 글이 함께 수록되어 지리학과 지도 제작법을 철학적, 개념적으로 다룬다. 이때 자의성의 안개가 해양과 땅의 법을 덮어버리고, 폭력과 이주, 기후변화의 메아리가 경계선에 안착한다. 플루타는 우리의 지리적, 환경적, 사회적 여건이 쉬이 부서진다는 것을 조용히 속삭이며 상실을 기록한다.